디스크립션
성적이 좋아지고 싶어서,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그런 이유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명분일 뿐이었습니다. 제게도 말 못 할 감정과 계기들이 있었고, 그게 지금까지 공부를 이어오게 만든 진짜 이유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제가 진심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1. 나는 원래 공부를 싫어했다
어릴 적부터 저는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늘 괴로웠고, 초등학교 때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러 나가고 싶어서 숙제를 몰래 넘기기도 했어요. 중학교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저 시험 일주일 전부터 벼락치기로 버티며 지나갔죠. 선생님께 꾸중을 듣거나 부모님께 혼나는 일이 반복되면서도, 저는 공부라는 게 내 성격과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때는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습니다. 창밖을 보며 멍하니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웠고, 책이나 문제집보다는 운동장, 게임, 친구들과의 대화가 훨씬 더 끌렸습니다. 억지로 성적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내 안에서 우러나온 동기는 아니었어요. 부모님은 “공부밖에 답이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은 제게 위로가 아닌 압박처럼 느껴졌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있었지만, 그 감정을 공부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두려움을 잊기 위해 더 공부를 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피하고 싶은 공부가 언젠가는 나를 바꾸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2. 흔들리던 시절, 공부가 나를 붙잡았다
중학교 3학년 무렵, 집안 사정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부모님의 사업이 갑작스럽게 무너졌고, 집안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저녁마다 부모님의 언성이 높아졌고, 가끔은 깊은 한숨과 무거운 침묵만이 집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는 점점 말수가 줄고, 친구들과도 멀어졌습니다. 공부는커녕, 학교 가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였죠.
그 시기, 저는 우연히 책상에 앉아 국어 문제집을 펼쳤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고, 지문에 줄을 긋고, 선택지를 고르는 그 단순한 반복이 오히려 저를 안정시켜줬어요. 그렇게 공부는 제게 처음으로 '현실로부터 잠시 도망칠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종종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성적을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잠시나마 내 삶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제 공부 인생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제 감정을 정리하고, 내면의 불안을 잠시나마 조용히 잠재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막막했지만, 공부하는 동안만큼은 모든 소음이 사라졌습니다. 그게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자신만의 피난처를 갖고 있다고들 하는데, 그 시절 제겐 그게 공부였던 것입니다.
3.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공부를 붙잡게 했다
공부를 계속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늘 주변에서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눈에 띄지 않았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어느 날, 단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을 때, 제 안에서 무언가 달라졌습니다.
그 짧은 칭찬 한마디가 그렇게 큰 울림을 줄 줄 몰랐습니다. "너 요즘 열심히 하더라, 잘하고 있어." 그 말 하나에 저는 처음으로 '내가 뭔가 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감정은 공부를 지속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다음 시험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했고, 성적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공부를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려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 플래너 안에는 제가 쌓아온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는 점점 저의 자존심이 되었고, 나를 지탱하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진짜 원했던 건, 누군가의 시선이나 기대가 아니라, 제 스스로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저는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기준을 세우는 첫 걸음이 바로 공부였습니다. 그 누구도 평가하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매일의 기록을 쌓아갔습니다.
4. 자존감을 지키고 싶었던 몸부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또 다른 도전에 부딪혔습니다. 전교권에 드는 친구들이 즐비했고, 그들 앞에서 나는 초라해 보이기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마음속에선 자책과 열등감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놓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았고, 적어도 플래너에 오늘도 한 줄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하루를 버틸 수 있었거든요. 성적은 때로 들쭉날쭉했지만, 제 마음속 중심은 '그래도 나는 계속해나가고 있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친구들보다 느릴 수는 있어도, 멈추지 않으면 결국 도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저를 매일 책상 앞에 앉게 했습니다.
공부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루틴이었고, 내가 스스로를 믿게 만드는 자그마한 승리였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공부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제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시켜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자존감을 유지한다는 것은, 성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가치를 저는 그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5. 어른이 된 나에게 공부란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준비하고, 또 다른 인생의 관문을 넘으면서도 공부는 계속 제 곁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책상에 앉아 펜을 잡고 뭔가를 배우는 시간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은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정리하고 나를 재정비하는 데 공부가 큰 역할을 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잠시라도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저는 여전히 공부를 선택합니다. 그게 저를 살게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줄 것이라는 걸 저는 믿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내용을 하나씩 알아가는 그 과정에서 얻는 희열은 아직도 저를 설레게 합니다.
공부는 더 이상 경쟁의 도구가 아닙니다. 저에겐 공부가 삶을 바라보는 창이며, 나를 돌아보는 거울입니다. 그 안에서 저는 끊임없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동시에 더 나아가고 싶은 열망을 키웁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저는 책상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 너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니?”
6. 마무리: 진짜 이유는 마음속에 있다
공부를 왜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예전엔 이렇게 대답했어요. “좋은 대학 가려고요.” “성적 올리고 싶어서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더 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공부는 단지 성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약이었고,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나를 붙잡아주는 줄이었고, 아무도 몰랐던 제 안의 갈망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공부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서, 저를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도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 공부를 하시나요? 혹시 겉으론 말하지 못했던, 당신만의 진짜 이유가 있진 않나요? 괜찮습니다.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이유니까요. 그리고 그 이유가 있었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온 겁니다. 나만의 이유가 있는 공부는 절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공부는 언젠가 당신에게 가장 깊은 의미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