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덕산에서 찾은 쉼, 온천과 사찰(수덕사)이 어우러진 여정

by 행복한 샬라라 2025. 7. 8.

디스크립션

나이가 들수록 여행의 기준은 분명해진다. 덜 걷고, 더 쉬며, 복잡하지 않은 곳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지. 그런 점에서 충남 예산의 덕산은 시니어 여행자에게 딱 맞는 장소였다. 수백 년의 세월을 담은 고즈넉한 수덕사와 함께, 지친 몸을 녹여주는 따뜻한 덕산 온천까지. 두 곳은 자연스럽게 하루 코스로 이어지며 몸과 마음 모두에게 휴식을 선물한다.

이번 여행은 계획보다는 느낌을 따라 움직였다. 무리하지 않고, 일정에 쫓기지 않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덕산에서의 하루. 그 속에서 느낀 여유와 만족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수덕사

온천으로 시작하는 따뜻한 하루

여행의 시작은 덕산 스파뷰 리조트였다. 숙소는 덕산온천지구 내에 위치해 있어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온천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덕산 온천은 알칼리성 중탄산 나트륨 온천으로, 피부가 민감하거나 피로가 쌓인 중장년층에게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에 닿는 물이 부드럽고, 탕 안에 오래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아 오래 즐길 수 있었다.

스파뷰 리조트의 시설은 깔끔하고 조용하다. 시끄러운 유흥 시설 없이 온전히 '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인상 깊었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산자락도 고요해, 온천욕 후 창밖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객실에 딸린 개별 욕조에서도 온천수를 사용할 수 있어 몸이 피곤할 때는 외부 시설을 가지 않고도 충분히 온천의 효능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밤에는 조명이 은은하게 들어와 욕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나무들의 그림자까지 분위기를 더했다.

무리한 이동 없이 숙소 안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리조트 내 식당에서도 담백한 한식 메뉴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속에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었다. 시니어 여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무리하지 않음'이라는 조건을 충실히 만족시켜 주는 장소였다.

수덕사, 고요함 속에서 만난 천천한 걸음

온천욕으로 몸을 풀었다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들른 곳은 수덕사였다. 수덕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오랜 사찰로, 한국 전통 불교의 멋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중 하나다. 특히 대웅전은 고려시대 목조건축물로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사찰의 전경은 그 자체로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선사한다.

주차장에서부터 대웅전까지는 도보로 10~15분 정도 소요되며, 대부분 평탄한 길이다. 도중에 살짝 경사진 길이 있지만, 난이도는 높지 않아 천천히 오르면 된다. 걷는 길은 숲속에 놓여 있어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자연이 주는 힐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사찰 내부는 조용하고 단정하다.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하기에 알맞은 분위기이며, 많은 사람들이 말을 아끼고 조용히 머문다. 대웅전 앞에 놓인 돌계단에 앉아 잠시 눈을 감으면 시간 개념이 흐려질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수덕사 곳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글귀들이었다. 법당 앞의 나무패, 종각 아래 적힌 명문, 길가에 놓인 기와 하나하나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시니어 여행자에게 단순히 풍경이 아닌,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걷기 좋은 수덕사 뒤편 산책로

수덕사는 단지 대웅전과 탑만 있는 공간이 아니다. 뒷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복잡한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정적과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사찰 뒷마당에서 이어지는 조용한 오솔길은 수덕여관, 심검당, 선방 등 예전 수도승들이 지냈던 공간들을 지나게 된다. 이 길은 일반 관광객들보다 마음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즐겨 걷는 코스로, 복잡한 안내판도 없고 사람도 많지 않다.

길가엔 고목들이 우뚝 솟아 있고, 작은 연못이나 물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걷는 동안 말을 아끼게 되는 길이었고, 어떤 여행지보다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장소였다.

오래 걷는 코스는 아니지만, 천천히 걸으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 머물게 된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도 좋고, 평지와 흙길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수덕사 전체가 '머무르는 여행'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장소였다. 도보 이동이 많지 않고, 쉬고 머물 공간이 많은 점은 특히 시니어에게 이상적인 조건이다.

담백한 한식과 전통의 맛

여행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수덕사 인근에는 사찰음식과 전통 한정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몇 곳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정갈한 반찬과 된장국, 나물 위주의 상차림이었다. 인공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은 듯, 짜지 않고 깔끔한 맛이었다.

식사는 사찰 바로 앞이나 덕산온천지구까지 나가면 여러 선택지가 있다. 다만 수덕사 앞쪽은 비교적 조용하고, 시니어 입맛에 맞는 식당이 많아 선택이 어렵지 않았다.

특히 오랜만에 먹은 청국장과 묵은지 찜, 두부조림은 자극적이지 않아 속이 편했다. 주인장의 친절한 응대도 이곳을 다시 찾고 싶게 만들었다.

식사 후에는 수덕사 앞 찻집에서 마신 쌍화차 한 잔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조용한 실내, 전통 음악,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 단순하지만 진심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덕산에서의 하루, 시니어를 위한 완벽한 쉼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음 한 켠에 잔잔한 물결이 이는 것을 느꼈다. 무리하지 않은 일정, 조용한 공간, 따뜻한 물과 맑은 공기. 이 모든 요소가 시니어 여행자에게 필요한 조건을 충실히 채워주었다.

덕산 스파뷰는 몸의 피로를 녹이고, 수덕사는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게 한다. 둘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하루 일정으로도 가능하고, 여유가 있다면 1박 2일로도 손색이 없다.

시니어에게 여행은 멀고 화려한 곳보다,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곳이 더 큰 만족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덕산과 수덕사는, 나에게 그리고 같은 시기의 누군가에게 가장 따뜻한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