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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그널은 2016년 방영 당시 한국 장르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이 시간의 벽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설정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구조였다.
특히, 단순한 범죄 수사물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었다. 그렇다면 시그널은 어떤 기획 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며, 김은희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담고자 했을까? 이번 글에서는 김은희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시그널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심층 분석해본다.
1.시그널의 탄생 배경 – 김은희 작가가 주목한 현실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을 기획할 당시 한국 사회에서 미제 사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이 존재하며, 이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녀는 특히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벌어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비롯한 여러 미제 사건들에 주목했다. 이 사건은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하다가, 시그널이 방영된 이후인 2019년에야 진범이 밝혀졌다. 김은희 작가는 ‘만약 시간이 지나서라도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단순한 수사극이 아닌 ‘시간을 초월한 공조’라는 설정을 더해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 과거와 현재의 형사가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은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형식이었다. 이를 통해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졌고, 그 과정에서 운명과 선택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했다.
2.캐릭터 설정과 서사 속 숨겨진 의미
*박해영(이제훈) – 과거를 파헤치는 현대인의 시선
박해영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로, 과거의 사건을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프로파일러 역할을 맡고 있다. 김은희 작가는 그를 통해 ‘과거의 피해자들에게 정의를 돌려줄 수 있는 것은 결국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해영은 경찰이지만 기존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터프한 형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이성적으로 사건을 분석하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김은희 작가는 ‘박해영의 감정선은 곧 시청자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한(조진웅) – 정의로운 형사의 상징
이재한은 부패한 조직과 맞서 싸우며, 끝까지 정의를 지키려는 형사다. 김은희 작가는 ‘이재한 같은 형사가 현실에도 존재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재한은 단순히 의로운 경찰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과 맞서다 희생당하는 인물이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정의를 지키려다 좌절하는 이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김은희 작가는 ‘이재한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차수현(김혜수) – 여성 경찰의 현실적 고민
차수현은 여성 경찰로서의 고충과 성장 과정을 그려낸 캐릭터다. 김은희 작가는 ‘단순히 강한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을 가진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수현은 과거에는 강한 여성 경찰이 되기를 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책임감과 후배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성장한다. 그녀는 남성 중심의 경찰 조직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정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단순히 여성 경찰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여성들이 겪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김은희 작가는 ‘차수현이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인물로 보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3.시그널이 던지는 질문 – "과거는 바뀔 수 있는가?"
시그널의 가장 큰 주제는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달라질 수 있는가?’이다. 드라마 속에서 박해영과 이재한은 여러 번 과거를 바꾸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김은희 작가는 이 설정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모든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를 바꾸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들이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시그널은 결국 ‘과거를 바꿀 수 없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결론:시그널이 남긴 의미와 여운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을 통해 단순한 미스터리 수사극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미제 사건을 소재로 한 이유도,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되새기고, 정의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사회에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시그널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의미하다.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자료:김은희 작가 인터뷰 (2016년),시그널 제작진 코멘터리